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핵발전을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페르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실제 전력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핵발전 기반 에너지 사업의 현실적 과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출발에서 급락까지, 페르미의 몰락
텍사스의 전직 주지사 릭 페리와 대담한 기업가 토비 뉴게바우어가 공동 창립한 페르미 주식회사는 한때 데이터센터 붐의 최대 수혜자로 보였습니다. 이 회사는 아마릴로 인근에 뉴욕시 전력 소비량의 3배에 해당하는 17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발전소 건설을 계획했습니다. 인공지능, 핵에너지, 정치적 연결고리 등 투자자들이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춘 이 프로젝트는 2025년 10월 19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으로 상장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페르미는 상장 당시 매출이나 계약 고객이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야심찬 비전과 정치적 배경에 매료되어 실적 없이도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도 단 하나의 고객도 확보하지 못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회사 주가는 최고점에서 84% 폭락했고, 경영진 교체라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뉴게바우어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되었다며 즉시 회사 매각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최대 주주이자 한 주도 팔지 않은 공동 창립자라며 회사의 미래를 누구보다 믿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사회는 뉴게바우어가 고용 계약과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뉴게바우어는 이사회의 결정을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 비판하며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뉴게바우어의 정치적 인맥과 사업 경력
텍사스 전직 하원의원의 아들인 뉴게바우어는 1998년 휴스턴 기반의 석유·가스 사모펀드 회사인 퀀텀에너지파트너스를 공동 창립하며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는 미국 셰일 붐이 시작되던 시점에 배넷 셰일 천연가스 채굴에 초기 투자하여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정치 활동에도 깊이 관여하여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조언자’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뉴게바우어는 릭 페리 전 주지사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습니다. 페리가 주지사 재임 중 뉴게바우어의 사유 제트기를 이용한 적도 있으며, 페리 측은 주지사 재임 중 모든 여행 관련 윤리 규정을 준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뉴게바우어의 사업과 정치의 결합은 2022년 ‘반 깨어남’ 은행 스타트업 글로리파이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글로리파이는 5천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출범했지만 이듬해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현재 뉴게바우어는 글로리파이 파산 관리인으로부터 증권 사기, 투자자 기만, 중대한 과실 등의 혐의로 고소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독립 조사에서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으며, 투자자들이 자신의 명성을 훼손하기 위해 조직적 공격을 펼쳤다며 역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프로젝트 매도르, 완벽한 입지와 현실의 벽
페르미가 계획한 ‘프로젝트 매도르’는 텍사스 팬핸들의 5천 에이커 이상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부지는 텍사스 공과대학교 시스템에서 임차한 것으로, 여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페르미는 이 파이프라인 중 하나에 접근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여 약 2기가와트의 전력 생산이 가능합니다. 또한 미국 최대 규모의 핵무기 생산 시설 근처에 있어 향후 원자로 건설 허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17기가와트의 전력 생산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지만 건설 난제가 컸습니다. 1기가와트는 대형 원자로 하나의 출력에 해당하며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에서만 향후 6년간 전력 수요가 282기가와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페르미의 계획은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직 미국 에너지부 관계자 지가르 샤는 은행들이 이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꺼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샤는 전력망에서 여러 전원을 끌어오는 것이 소수의 비싼 자체 발전소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페르미는 지역 전력망과 0.2기가와트 연결 계약을 체결했지만, 뉴게바우어는 이를 프로젝트 초기 운영을 위한 보험으로 묘사했습니다. 샤는 페르미를 ‘엄청난 규모의 실패’라고 평가하며 유사한 독립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이 더 비판적으로 검토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존 계약 실패와 프로젝트의 현실
페르미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최소한 하나의 주요 고객 확보가 필수였습니다. 2025년 11월 회사는 잠재 고객과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달 페르미는 이 계약이 무산되었다고 공시했고, 주가는 46% 급락했습니다. 뉴게바우어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 고객이 아마존이라고 밝혔으며, 블룸버그는 이를 확인했습니다.
아마존과의 협상은 계약 기간을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려는 아마존의 요청과 프로젝트가 제시한 전력 공급량보다 실제 공급 가능량이 적다는 아마존의 추정으로 인해 결렬되었습니다. 아마존은 협상 내용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며 페르미와 최근 사업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2월 아마릴로 글로브뉴스는 페르미 부지의 건설이 중단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4월 공개된 공매도 리포트에 따르면 부지 개선 공사는 대부분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2월 부지를 방문한 한 투자자는 ‘그냥 흙이 있는 땅이었다. 꿈을 가진 흙덩어리일 뿐’이라고 공매도 조사 기관 퍼지 판다 리서치에 말했습니다. 뉴게바우어는 워싱턴 D.C.의 세마포르 월드 이코노미 컨퍼런스에서 트위드 재킷을 입고 활동하며 카우보이 모자를 나눠주는 직원을 대동했지만, 4월 17일 이사회는 그를 최고경영자에서 해임했습니다.
※ 정확성·완결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전문 상담을 권합니다.